해외선물 투자를 시작한 건퇴근 후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. 뭐 그렇게 대단한 결심도 아니었다. 적당히 공부하면 웬만큼 수익 나겠지 싶었고, 나도 남들처럼 자산을 불려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. 근데, 현실은 그냥... 박살이었다. 선물거래를 하면서 나는 조금씩 변해갔다. 아니, 망가져갔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. 하루 종일 차트만 보고캔들 하나 튀는 것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렸다. 잠은 점점 줄어들었고사람을 만나도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. 돈을 잃는 것도 괴로웠지만그보다 더 무서운 건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. 선물거래는 돈만 빼앗아가는 게 아니더라. 도파민이 망가지고삶의 리듬 자체가 깨져버렸다. 몸으로, 마음으로, 아주 천천히 부서져가는 걸 느끼면서도 매매를 놓지 못했다..